골키퍼 없이 공격수 혼자 골킥을 연습하는 경우에 좌·우 어느 방향으로 차는 것이 유리할지를 궁리하는 선수는 없다. 골대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제자리에 있으므로 어느 방향으로 차든 관계없기 때문이다. 공격수와 골대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다르다. 승부차기의 경우에 공격수는 골키퍼를 염두에 두고 어느 방향으로 볼을 찰 것인지를 결정한다.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공격수가 어느 쪽으로 볼을 찰지를 추측하여 공격수가 볼을 차는 순간에 몸을 그 방향으로 날릴 것이다. 공격수가 찬 볼의 방향이 골키퍼가 생각한 방향과 일치하면 골키퍼는 성공적으로 방어할 것이고, 공격수가 찬 볼의 방향이 골키퍼가 생각한 방향과 반대이면 공격수는 득점할 것이다. 결국 승부차기의 성패는 공격수가 어느 방향으로 볼을 차겠느냐와 골키퍼가 어느 방향으로 몸을 날리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공격수와 골키퍼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전략적 상황이라고 한다.
 
 
게임이론이란?

게임이론은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전략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는 이론이다. 게임이론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의사결정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이다. 즉 의사결정자들의 선호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전략적 상황을 고려한 의사결정이다.
 
현실에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는 수 없이 많다. 게임 상황은 도처에서 발생한다. 혼잡한 도로에서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운전이라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싼 값에 물건을 사기 위해 온라인 매장에서 입찰하는 사람은 경매라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기업과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을 논의하는 것은 협상이라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정당들은 선거에서 정책과 정강을 통하여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정치적 게임을 하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한 게임은 진행되는 것이다.
 
게임이론은 경기자(player), 전략(strategy), 보수(payoff)라는 요소로 구성되어져 있다. 경기자는 게임의 주체로 사람일수도 있고, 기업이나 국가일 수도 있다. 경기자의 수는 둘일 수도 있고, 셋 이상일 수도 있다. 전략이란 경기자가 행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행동이다. 보수는 각 경기자들이 선택한 전략 하에서 이들에게 돌아갈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보수는 실제 금전적 보상일수도 있고 기수적(수치로 나타난) 효용일수도 있다.
 
게임이론은 폰 노이만(John von Newmann)과 모르겐슈테른(Oskar Morgenstern)이 1944년에 공저한 [게임이론과 경제 행태(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가 발간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두 경기자 사이의 영합 게임(zero-sum game)을 연구했다. 영합게임의 본질은 게임 참가자가 서로 경쟁하고 그 결과 한 사람의 이득이 다른 사람의 손실로 귀착되는 현상이므로 적대적 게임이다. 대표적 영합게임으로는 포커, 동전던지기, 홀짝게임 등을 들 수 있고, 탁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나 전쟁도 적대적 게임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영합 게임은 경제학과 군사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94년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 내쉬 <출처: Peter Badge at en.wikipedia.org>
1994년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 내쉬 
<출처: Peter Badge at en.wikipedia.org>

이후 경제학자와 수학자들은 새로운 게임이론과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많은 학자들은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사회과학에서 대두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열쇠는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제시한 적대적 게임 또는 영합게임을 연장하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승자의 이득이 패자의 손실보다 큰 경우는 양의 합 게임(positive-sum game)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없을까? 현실에서 국제무역을 통하여 무역 당사국 모두가 유리해지는 경우나 주식 투자에서 호황기에 투자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양의 합 게임이 가능하다. 또한 음의 합 게임(negative-sum game)도 존재한다. 폭력의 경우이다. 술 취한 사람의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킨 후에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는 속칭 ‘아리랑 치기’의 경우에는 가해자는 돈만 강탈하지만 피해자는 돈도 잃고 신체적인 고통도 겪어야만 한다. 전쟁의 경우도 양측 모두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입는 음의 합 게임이다.     
 
게임이론 발전의 또 다른 전기는 1994년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존 내쉬(John Nash)에 의해 마련되었다. 게임이론 자체는 응용 수학의 한 분야로 발전되었지만 게임이론이 경제학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 특히 과점시장의 문제를 분석하는 틀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게임이론은 미시경제학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분석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이론에서의 협조

게임이론은 크게 협조적 게임이론(cooperative game theory)과  비협조적 게임이론(non-cooperative game theory)으로 나누어진다. 협조적 게임은 경기자의 일부 또는 전부가 자발적으로 구속력 있는 계약(binding agreement)에 합의하여  연대(coalition)가 허용되는 경우이다. 협조적 게임은 국제무역, 노사 단체협약, 그리고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검사와 변호사 사이에 이루어지는 유죄협상제도 등이 포함된다. 게임 경기자가 합의한 구속력 있는 계약을 위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에 협조적 게임은 파기된다. 이 때 합의한 계약을 위반한 경기자는 계약위반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비협조적 게임은 원칙적으로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연대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이다. 단지 게임의 규칙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구속력 있는 계약의 체결은 가능하나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될 수 없다. 대표적인 비협조 게임은 죄수의 딜레마, 적대적 합병, 순수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비협조적 게임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을 자기 구속적 행동(self-enforcing behavior)라고 한다. 아무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이유는 자기 구속적 행동이 자신의 이익과 부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협조적 게임의 초점은 경기자의 자기 구속적 행동이 무엇이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게임을 표현하는 방식

게임을 표현하는 방식은 전략형 게임(strategic form games)이라는 방식과 전개형 게임(extensive form games)이라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전략형 게임은 각 경기자가 가지고 있는 전략 집합과 각 경기자가 선택한 전략의 조합에 따른 보수로 구성되어져 있다. 이를 보수행렬(payoff matrix)이라고 한다. 앞에서 예시한 승부차기 게임에서는 경기자는 공격수와 골키퍼이다. 경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왼쪽과 오른쪽이다. 즉 골키퍼의 전략은 왼쪽으로 몸을 날리거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고 공격수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공을 찬다. 경기자의 보수는 성공의 경우 1, 실패의 경우 -1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공격수가 왼쪽으로 볼을 차고 골키퍼가 왼쪽으로 몸을 날리면 골키퍼의 보수는 1, 공격수의 보수는 -1이다. 반면에 공격수가 왼쪽으로 볼을 차고 골키퍼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면 골키퍼의 보수는 -1, 공격수의 보수는 1이다. 이러한 경우의 보수행렬은 아래 [표1]과 같이 된다.
 
게임이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순차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전략형 게임 표현 방식은 게임의 동태적 의사결정과 불확실성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전개형 게임 표현 방식이다. 이 방식은 게임트리(game tree)를 통해서 과거의 의사결정이 현재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명시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게임이론이 이론적으로 발전되고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게임이론을 사회과학의 비효율적 부분의 하나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이동전화의 공중주파수를 사용하는 권리를 경매에 의해 배정하기로 결정하자 이러한 기업의 태도는 하루 밤 사이에 바뀌었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경매에 임하는 이동통신 기업들은 게임이론가의 조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는 경매 결과로 예상했던 금액의 두 배에 이르는 200억 달러의 재정수입을 확보했다. 영국의 경우에도 단 한 차례의 전신 주파수의 경매로 350억 달러의 수입을 얻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하다.
 
 
 
참고문헌 : 신성휘, [게임이론 길라잡이], (박영사, 2006); 왕규호 조인구, [게임이론], (박영사, 2005); 최정규, [이타적 인간의 출현], (뿌리와 이파리, 2009); Ken Binmore, [Game Theory,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전략형 게임은 표준형 게임(normal form games)이라고도 한다.


Posted by w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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