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지사 차린 한국 스타트업[펌]

실리콘밸리에 지사 차린 한국 스타트업

이달 초 한국의 신생 IT기업 10곳을 실리콘밸리로 초청한 ‘비글로벌(BeGlobal)’ 콘퍼런스에 미국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관심이 쏠렸다.

콘퍼런스는 스타트업쪽에도 유익했던 것 같다. 그 중 한 회사인 동영상제작 플랫폼 쉐이커미디어(Shakr Media)가 실리콘밸리에 남아 자리를 잡기로 했으니 말이다.

콘퍼런스가 끝나고 며칠 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2010년 쉐이커미디어를 창업한 데이비드 이(32)는 미국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실리콘밸리를 공식적인 제2의 거점으로 삼았다.

“서울은 스타트업을 운영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지만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개설하기로 한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쉐이커미디어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오랫동안 실리콘밸리를 눈여겨봐왔던 것.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그리고 실리콘밸리 IT와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 덕분에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적당한 회사의 적당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결정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남아 지사를 운영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취소했다. 개발팀은 서울에 그대로 둘 예정이다.

한국 스타트업 10곳을 초청해 미국에 데뷔시킨 ‘비글로벌’ 콘퍼런스는 이런 종류로는 첫 시도다. 주최측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한 호텔에서 1일 행사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 참석자가 예상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벤처캐피탈 업계 선구자인 윌리엄 헨리 드레이퍼 3세 등 업계 실력자들도 참석했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10개 스타트업 가운데 쉐이커미디어를 투자하고 싶은 회사로 꼽았다.

팔로알토 소재 벤처캐피탈회사 소프트테크(SoftTech VC)의 제프 클레비어 매니징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솔직히 “서투르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콘퍼런스 패널로 참석했던 그는 이들 스타트업이 너무 한국시장만을 타겟으로 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풍부한 자본력의 전문 인수자들에게 어필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쉐이커는 다른 회사들보다 희망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 NHN투자와 베이지역 IT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500 Startups) 등으로부터 이미 200만 달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쉐이커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문가가 만든 템플릿을 기반으로 생일이나 결혼 등의 행사를 위한 맞춤형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쉐이커는 동영상을 고해상도 업그레이드하는 이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해 수익을 내고 템플릿을 만드는 동영상 개발업체와 수익을 나눈다.

이 대표는 이왕 미국땅에 발을 들였으니 미국 사업부를 구축하는 데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타깃시장을 약간 변경할 계획이다. 미리 만들어진 생일 동영상을 개인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것 외에도 소규모 사업체와 부동산 중개인들을 상대로 세련된 맞춤 동영상 광고도 팔 생각인 것이다. 동영상 광고의 이점을 활용하고 싶어하지만 비디오 예술가를 고용할 여력은 없는 고객층이다.

회사의 지리학적 위치와 사업전략 포인트를 재포지셔닝함으로써 이미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개설한 뉴욕의 애니모토(Animoto Inc)나 파리의 스투피플릭스(Stupeflix) 같은 스타트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4살때 캐나다에서 처음 회사를 창업했을 때부터 이 대표는 한국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기업을 세우는 게 꿈이었다. 쉐이커 직원을 뽑을 때도 처음부터 한국 뿐 아니라 네덜란드, 포르투갈 같은 나라들에서까지 인재를 채용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팀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었다”며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세웠으니 앞으로 “인터넷 대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속속들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