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13년이 끝나지 않았지만, 필자는 이미 새로운 개발품들을 이해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다. 그래서 조금 일찍 앞으로의 변화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2014년에 대한 이런 저런 전망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드물게도 수많은 기술 트렌드가 결정화되기 시작한 시점이고, 그래서 필자는 이들 트렌드가 12개월 이상은 너끈히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필자가 확신을 가지게 된 아홉 가지 트렌드를 정리했다.

1. 클라우드는 새로운 하드웨어이다
피보털(Pivotal)의 CEO 폴 매리츠가 지지하는 트렌드다. 논제는 이렇다. 산업의 모든 대대적인 변화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주도했다. PC에서 클라이언트/서버로, 그리고 인터넷으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동작하고, 애플리케이션이 엄청난 확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프라 전체가 가상화되고 중압집중식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런 경향은 SDN을 넘어 데이터센터 내의 모든 시스템과 냉난방 공조장치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들이 개척해 낸 첨단 소프트웨어 제어 구조는 기업 환경으로 계속 확산될 것이다.

2. 참여의 시스템이 미래를 선도한다
클라우드의 확장성이 왜 필요한가? ERP처럼 기록을 위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구식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데이터 모델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사용자가 몇 명인지 대충 파악되는 그런 시스템을 위한 것이 아니다. 클라우드가 빛을 발하는 곳은 사용율이 큰 폭으로 출렁이는 고객 지향의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참여를 위한 시스템”이다.

고객과의 인터랙션을 최적화하는 것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로, 탄력적인 인프라 개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기술,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주도하고 있다. 하둡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빅데이터 분석은 지난 10년 간 기업 IT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진전을 보인 곳 중 하나이다. 그 바로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바로 NoSQL 데이터베이스로, 몽고DB나 카산드라, 카우치베이스 등은 엄청난 확장성과 함께 즉각적인 데이터 모델 변경을 가능하게 해준다.

3. 스스로 앞서 나가는 빅데이터
빅데이터 분석이 제시하는 이점은 무수히 많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너무 많은 빅데이터 솔루션이 문제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의 가능성이 전자상거래 최적화를 넘어서 제조에서부터 운송, 전력까지, 모든 산업군을 포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산업군의 빅데이터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사물 인터넷을 필요로 한다. 모든 센서가 연결되어 엄청난 양의 측정 데이터를 전달해 제품 설계나 정확한 예측 등을 개선하는 것이다. GE와 IBM이 이 분야의 초기 선도업체이지만,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 사물 인터넷이 제대로 구현되면, 빅데이터는 정말로 거대해져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에 대한 요구는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4. 클라우드 통합이 전면에 나선다
빅데이터는 원래 있던 자리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분석 역시 성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이 보편화되고, 특히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SaaS 애플리케이션이 증가하면서 과거 사일로 조직의 단점이 재현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즉 동일한 제품이나 고객에 대한 별 차이없는 중복된 데이터가 분리된 여러 곳에 저장소에 흩어져 있게 되는 것이다.

해답은 클라우드 통합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향상된 API가 더 많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통합 업체는 이미 충분하다. 코디스, 델 부미, IBM 캐스트 아이언, 인포매티카, 레이커 7, 뮬소프트, 스냅로직 등등. 그리고 API는 자체적으로 컨퍼런스가 열릴 만큼 활성화되어 있으며, 애피지(Apigee)처럼 기업이 자체 퍼블릭 API를 내놓고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API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다.

5. 보안의 새로운 기준 ID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ID는 이제 기업의 자체 환경과 SaaS 애플리케이션 양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누가 어디에 액세스하는가를 관리하고, 누군가 회사를 그만두면 ID를 회수하는 등의 작업이 점점 더 필수적이고 복잡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옥타(Okta), 세일즈포스 등이 관련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클라우드 ID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없다면, 기업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없다.

6. 메모리가 스토리지가 된다
대용량 메모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모든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업체가 인메모리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데, 주로 분석에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처리 작업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대규모 분산 캐시를 서버에 탑재해 SAN까지 갔다 와야 하는 읽기/쓰기 속도를 대폭 줄이고 있다.

7. 미래는 자바스크립트가 맡는다
끝없이 증가하는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 덕분에 전례없이 다양한 클라이드 하드웨어를 보게 됐다. 이들 각 플랫폼용으로 별도의 네이티브 클라이언트 앱을 유지하려는 곳은 없을 것이다. 만약 단일 코드 기반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앱을 브라우저 내에서 구동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자바스크립트와 HTML5 앱이라야 한다.

때문에 매주 새로운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가 등장해 자바스크립트의 영역을 새로이 개척해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폰갭(PhoneGap)과 같은 크로스 플랫폼 모바일 개발 환경 역시 자바스크립트 앱을 네이티브 앱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8. SaaS로 향하는 엔터프라이즈 개발자
지금까지 PaaS의 주 고객은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전문 서비스 조직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자체 웹 앱과 모바일 앱을 내놓으면서 기업 개발자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나 레드햇 오픈 시프트, 세일즈포스 헤로쿠 등 PaaS의 이점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 PaaS 업체는 클라우드에서 애플리케이션의 신속한 코딩과 테스트, 그리고 배치에 필요한 툴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IBM이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IBM의 변화는 자사의 코드를 다른 업체의 플랫폼에 두는 것을 주저하던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자극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IDC는 특정 산업 영역에 특화된 PaaS가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들 서비스는 해당 영역별로 사전에 구축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9. 개발자의 영향력은 계속된다.
이들 모든 예상에 공통된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마크 안드레센이 2년 전에 선언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 될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 수많은 서로 다른 플랫폼이 있고, 심지어 데이터센터 인프라조차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모든 코드를 작성할 개발자가 충분하지 않게 된 것이다. 높은 연봉과 지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술의 조합을 갖춘 인력을 찾기 어려운 실정. 때문에 관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상의 아홉 가지 트렌드는 단기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IT 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만약 소프트웨어가 데이터센터를 정의한다면, 그리고 하드웨어는 네트워크 장비까지 포함해 점점 더 일용품화될 것이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이 한 번 코드를 작성해 어떤 클라이언트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클라이언트 디바이스는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소프트웨어의 배포 방식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물론 IBM이나 오라클, SAP 등의 주요 업체는 기업 환경 깊숙히 침투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업들로부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픈소스나 SaaS, 모바일 앱 등은 새로운 환경이다. 결국 소프트웨어 업계는 자사의 매출 기대치를 재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많은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을 위한 모든 종류의 웹 및 모바일 앱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연 IT 부서가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력을 갖출 수 있을까? 아니면 경영진은 SaaS나 다른 능력있는 개발업체, 또는 외부 서비스 업체를 선택할 것인가? 지배적인 업체가 없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을 기업 IT 부서가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지는 아직 의문인 상태로 남아 있다.  editor@itworld.co.kr
Posted by w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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